자줏빛 원석에 새기는 ‘장인의 혼’

[대전일보 2006-11-24 23:33]

3대째 벼루 제작 가업을 이어온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의 신명식씨(54·영춘벼루공예사 대표)는 전통벼루 기능 전승자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기능전승자 증서를 받았다.
18년 전 벼루장(匠)으로서 인간문화재로까지 지정됐던 이창호 선생이 사망한 이후 신씨가 벼루공예계의 최고 장인으로 올라선 셈이다.

신씨의 벼루는 단양군 가곡면 향산리 일대에서만 나는 자석(紫石)으로 만든것.

이는 엷은 자줏빛 원석 본래의 격조에 십장생등 정교한 갖가지 문양이 어우러져 최고의 명품으로 꼽힌다.

자석벼루는 돌의 재질이 너무 단단하거나 반대로 무르지도 않아 먹이 잘 갈리는게 특징. 낮은 수분흡수율로 먹물이 잘 마르지 않는 장점도 있다.때문에 많은 서예인들이 애호 하고 있다.

6형제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신씨가 전통벼루 제작에 나선것은 1972년부터 벼루공장을 하던 부친의 영향으로 벼루장인의 외길을 걷기 시작했다.

원래 충남 보령 출신의 그는 형을 따라 자석(紫石)이 많이 나는 단양에 정착키로 마음먹고 원색 채취에서부터 재단·밀링·연마·조각과 광택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작업과정을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그는 뛰어난 조각솜씨로 92년 정부의‘ 제 2녹색지대’행사 당시 민속공예품평회에서 대상을 받는등 지금까지 화려한 수상 경력을 쌓아왔다.

99년부터는 외아들인 민호씨(30)가 4대째 가업을 잇기위해 도재수업을 받아 전수를 시작했다.

3년동안 아버지로 부터 기계로 찍어내듯 생산하는 부각벼루 제작기술을 전수받았고, 2002년초부터는 전통벼루 제작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갈고 닦았다.

신씨는 지난해부터 병환중에 계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자석벼루를 만드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하나의 자석벼루가 탄생하기까지에는 보통7-10일 정도 걸린다고 말하고,먼저 원석을 채취한 후 규격별로 재단을 하고 다시 그것을 만들고자 하는 벼루의 모양대로 틀을 갖추는 평면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여기에 용이나 매화,십장생,사군자 등 원하는 모양의 밑그림을 그린후 본격적으로 조각작업에 들어간다.

여기서부터는 일체의 기계 도움없이 전부 신씨 손으로만 작업하게 된다.

그림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보통 일주일 이상 조각하는 일에 매달려야 겨우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다.

신씨는 “사군자나 십장생의 경우 작업실에서 10여일 정도 꼬박 작업해야 할 정도로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고 제작공정을 설명했다.

영춘자석벼루는 최저 1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연석벼루의 경우 보통 20만원에서 30만원선.물론 구매자의 의뢰에 따라 제작하는 자석벼루는 작업 난이도(조각모양)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

신씨는 현재 국내 유일의 자석보유의 전승기능자인 아버지에 뒤를 이어 자석벼루의 전승자로 지정받아 인간문화재 반열에 오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丹陽=嚴在天·李相福 기자〉